북미 최저 탄소배출 ‘그린 퀘벡’
풍부한 수력발전에 풍력에도 집중
캐나다의 퀘벡주는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북미에서 가장 앞서간다. 기후악당이 된 바로 옆의 덕 포드가 이끄는 온타리오주와 대조적이다. 퀘벡주는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다. 온실가스는 팬데믹 때 전 세계적으로 주춤거리며 떨어졌으나 2021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퀘벡 주는 펜데믹 이전보다 탄소배출이 줄어든 거의 유례가 없는 주가 됐다. 2022년 퀘벡주는 약 79메가톤을 배출해 2019년보다 4.1%나 줄었다고 지난 주 초 발표했다.
퀘벡주의 연례 기후자료 업데이트에 따르면 풍부한 수력 발전 덕분에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이 9.1톤으로캐나다와 미국의 모든 주 가운데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평균인 18.2톤의 절반에 그쳐 가장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다. 물론 EU 평균(7.2톤) 보다는 높다.
현재 퀘벡의 가장 많은 탄소배출원은 자동차 등 운송수단이다. 주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전기자동차와 충전소 설치 보조가 원활하지 않아 감소 폭이 크지 않았으나 주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퀘벡주는 전기의 94%를 수력발전에 의지하고 있다. 캐나다 최대인 5.6GW급 수력발전소(로버트 부라사 발전소)는 퀘벡 북부인 허드슨 베이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무려 1천킬로미터 이상의 송전선으로 몬트리얼과 퀘벡에 전기를 공급한다. 이 발전소는 2022년 복구작업을 마쳐 최고 출력을 내고 있다. 세인트 로렌스 강에 위치한 로메인 수력발전소는 두번째로 큰 1.5GW 용량으로 2023년 4번째 터빈 설치가 마무리 됐다.
게다가 풍력 발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1년 퀘벡 전체 발전량의 약 9%가 풍력에서 나왔으며 이후로도 꾸준히 풍력발전 터빈이 건설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퀘벡은 캐나다 전체 발전량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온주는 퀘벡에서 전력을 구입해 올 수 있으나 원전 카르텔의 로비로 핵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퀘벡주는 탄소배출권을 캘리포니아 등에서 구매해 탄소 감축량을 1990년 수준보다 19%를 줄였다고 발표했다. 퀘벡주의 목표는 2030년까지 37.5%를 줄이는 것으로 탄소배출권 구매가 아니면 달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보다 45~50% 감축할 것이라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정부는 2021년 40~45% 감축을 목표로 했으나 이번에는 그보다 5% 이상 줄이겠다는 나름대로의 ‘야침찬’ 목표다.
연방 환경기후부 장관인 스티븐 길보우는 이 목표는 몇 년 동안의 다양한 계층의 협의 과정을 거쳐 세운 것이며 전문가 그룹이 정부에 권유한 것에는 미치지 못함을 인정했다. 그는 “정부는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하지만 달성 가능한지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연방정부만이 아니라 주정부가 함께 동참해야만 더 많은 감축이 가능하다”고 온타리오주 등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캐나다의 기후법에 따르면 정부는 유엔 기후협약에 따라 5년마다 과거의 감축 추세를 점검하고 새로운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집권 자유당은 캐나다의 기후행동을 법으로 제정하기 위해 2021년 순배출 제로 책임법을 통과시켜 Net-Zero자문기구를 설립했으며 탄소배출량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공개하도록 했다. 넷제로 자문기구는 2035년까지 50~55%를 감축하도록 권유했다.
길보우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 주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수립을 거부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문제라는 인식조차 거부하고 있어 국가 전체의 배출량 감축에 큰 걸림돌”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기후변화 정책에 미온적인 주는 온타리오와 알버타, 사스카추완 등이 꼽히고 있다. 이처럼 국가 단위는 물론 지방자치 단체들도 기후위기를 대하는 태도에도 정치적 진영에 따라 갈리고 있어 인류에게 안전한 미래가 가능할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로 기후단체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몇몇 보수 인사나 스스로를 중도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환경 단체가 자유당이나 녹색당 등 진보 계열 정당을 지지하는 태도에 불만을 갖는 데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정필립(토론토 생태희망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