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포스트 윤석열’ 기대
그린 드라이브로 ‘기후 악당’ 오명 벗기를
지난 열흘 가까이 한국의 모든 뉴스는 한가지로 귀결됐다. 블랙홀처럼 모든 뉴스와 대화는 국가 반란으로 규정될 윤석열 씨(대통령 호칭을 붙여야 하는지 고민이다)의 계엄령 선포와 이후 용암처럼 끓어 오르는 국민의 분노였다.
그는 곧 탄핵이나 사퇴, 체포로 직을 잃을 수도 있고 여전히 버티기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시간 문제일 것이다. 이로써 그가 해왔던 지독한 반기후 정책들이 일단 멈춰지게 됐다.
한국은 2022년엔 6억5천만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지난해는 이보다 2.6% 감소했으나 경제 침체로 인한 결과였지 에너지 전환 때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포항제철의 노후한 철강 용광로 폐쇄 등이 있었고 원자력 발전 가동이 늘기도 했지만 실제 감축 목표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한국은 2030년 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을 40% 포인트 줄이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었다.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한 약속이다. 그러려면 매년 4.6%씩을 줄여야 했지만 2.6% 감축(2018~2023년 평균)에 그쳤다.
탄소배출을 제대로 줄이기 위해서는 배출 분야를 들여다 봐야 한다. 한국이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재료는 석탄이다. 절반 가까운 무려 49%. 이어 석유 28, 천연가스 23%다.
가정집에 연탄보일러가 사라진 지 오래 됐지만 지금 석탄은 발전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어쩌다 이렇게 한국이 석탄발전소를 많이 지었을까? 2천년대 들어 석탄발전 양은 무려 3배나 급증했다. 싸고 간편하게 전기를 생산한다는 마약에 취해 탄소배출이나 환경오염은 뒷전인 개발독재 시절의 논리가 이어진 것이다.
전기를 만들어 내는 원료로 보면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이 전체 발전 양의 60%를 차지했고 나머지가 원자력(30%), 재생에너지 등이었다. 한국은 3면이 바다다. 그리고 산악지대도 많다. 고산지대와 바닷가는 바람이 세다. 풍력발전의 입지조건으로는 매우 좋은 편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을 등에 업은 반대론자들은 ‘풍광을 해친다’거나 ‘소음이 심하다’거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한가하거나 거짓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며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키우기에 급급하다. 지역주민 입장에서 기존에 없던 대형 구조물이 들어설 경우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꾸준한 설득과 발전소 건설 참여를 통한 혜택제공 등의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꾸준히 넓혀가야 한다. 화장실(폐기물 처리장)도 없고 언제 무너질 수 있지만 깨끗한 집이라고 포장하며 원전에 몰입하는 보수 언론의 기이한 행태도 바로잡혀 져야 한다. 석탄 발전소 보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가 훨씬 안전하고 고용창출 등 경제성도 좋다. 제발 그놈의 재생에너지 괴담이 더 이상 한국 사회와 전세계를 병들게 하지 않아야 한다. 세계는 재생에너지로 총력을 쏟고 있는데 한국만 예외가 되서는 안된다.
언제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지 모르지만 2030 탄소감축 목표는 여전히 가능하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풍력 발전소 건설 능력을 갖고 있고 태양광 기술과 제조도 탄탄하다.
이미 충남 태안 보령 여수 하동 인천 강릉 동해 등 전국 곳곳에서 가동되고 있는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발전 사업자들에게 대단위 풍력단지를 건설하도록 정책을 개발하면 된다. 그곳들은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까지 송전망도 이미 갖추고 있어 전력 공급이 수월하다.
‘내란’으로 혼란해진 한국이 빠른 시기 내에 안정을 찾고 탄소감축도 선진국의 수준까지 재빨리 따라잡기를 기대해 본다.
정필립(토론토 생태희망연대 대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