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의 운명 건 COP 29
탄소 감축, 재난 기금 분담 협의 관건
2024년 11월11일은 무슨 날일까?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대표단을 보내 인류의 현재와 미래의 운명을 걸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COP 29(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개막일이다. 우리 나라의 운명을 걸고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고난을 대비하는 계획을 세우는 날이라면 온 공동체 멤버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과 귀를 모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작 미국의 대통령선거의 1000분의 1만큼의 관심도 없다. 언론 보도 양으로 보면 그런 느낌이다. 대통령 선거는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이벤트이니 작지 않지만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사람이 후보로 나오기 때문에 누가 되더라도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걸 정도는 아니다. 한국을 보라. 취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 지지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나라가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얼마 뒤면 반전의 기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11일부터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리는 이번 COP29 회의는 인류의 운명을 걸고 열린다. 매년 열리기에 익숙해서일까. 그러나 그 회의에서 매년 진행되는 논의와 결정들은 인류와 지구상 생명체들의 운명을 걸고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하면 앞으로 십년 이십년 뒤엔 수입의 상당부분을 재난 복구비용으로 지불해야 하고 제3세계 재난 복구를 위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며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는 그 어떤 노력으로도 막지 못할 재난 속에 처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회의는 지구촌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그저 200여 국가의 대표들이 결정하는 사안이 자신의 사업에 타격을 가하지 못하도록 온갖 로비 로비스트가 북적댄다. 그들에 대항해 더 강한 기후정책을 펼치도록 요구하는 기후단체 사람들도 모인다. 이래저래 10~20만명이 모이지만 지구촌 구석의 한바탕 소란 정도로 여겨진다. 그것도 나와 아무런 관련 없이 먼 곳에서 벌어지는.
물론 시작도 되기 전 COP29의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은 탄소중심 국가라는 점에서 COP28이 열린 UAE의 두바이와 차이가 없어 김이 빠진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아제르바이잔은 국가 전체 에너지의 98%를 오일과 천연가스에서 가져왔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선심 쓰듯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양을 30%까지 늘리고 2050년엔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나라들은 2050년엔 배출량 넷 제로를 약속하는 데 석유 부국인 이 나라는 한가롭다.
그럼에도 세계 200여국이 모여 각자 자기 주장만 펼치게 될지 아니면 그나마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 낼 지 다음의 몇 가지 주제로 중심으로 지켜봐야 한다.
- 2030년까지 탄소배출 발전 폐쇄 등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5°C(2.7°F)로 제한하려는 각국의 현황 점검.
- 기후위기에 이미 심각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지원 현황 점검.
- 기후재난기금 등에 대한 금융 조달, 지불, 사용에 대한 결론 도출.
- COP에서의 결정과 논의, 해법이 실제 원주민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이행되도록 노력.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3번과 관련, 기후재정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다. 물론 1번의 탄소감축 의제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3번에 비해 비교적 쉬운 항목일 수 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는 내년까지 새로운 자금을 모으고 취약국에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집단정량화 목표(NCQG; 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이 기후 자금에 대한 각국의 협상은 거의 진전이 없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합의한 연간 1천억 달러의 기후 재정 목표는 개발도상국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최근 기후 재난이 급증하며 이 정도로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이 기금을 어느 나라가 얼마나 내서 총액이 어느 정도가 되도록 합의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부담이 얼마나 돼야 할지, 선진국에 들지는 않지만 중국이나 한국의 경우 어떻게 부담시켜야 할지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차는 매우 뚜렷한 편이다.
이렇게 각국은 돈 문제로 여전히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탄소배출은 올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다 2030년까지 40% 감축은 정말 불가능해 질 것 같다.
정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