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지구는 끓어올랐다

역대 최고기록 줄줄이 고쳐 쓴 한해

 

 추분을 지난 가을 바람은 제법 쌀쌀하다. 한낮 햇살에는 아직 따가움이 남아있지만 금새 서늘한 가을하늘을 맞이한다. 올해 온타리오의 여름은 이렇게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그렇지만 세계는 달랐다.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을 보이며 폭염을 피했던 온타리오가 예외였다. 사상 최고 기온, 역대 최고 폭염, 역대 최장 폭염, 100년만의 기록, 관측사상 최고 등의 단어가 쏟아졌다. 최고만 중요한 게 아니다. 사상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등 최고에 준하는 기온이 이어지며 1.5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가뭄은 길었고 폭우는 극심했다. 태풍은 더 강해졌고 뜨거워진 바닷물은 품었던 생명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올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도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8월까지는 이미 그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의 지구는 관측을 해온 175년 이래 가장 뜨거웠다. 지난해부터 15개월 연속으로 가장 뜨거운 달이 이어졌다. 8월의 전 세계 육지 및 해수면 평균온도는 20세기 평균(산업화 이전이 아니라)인 15.6도 보다 1.27도나 높았다. 지구 기후 기록에서 가장 뜨거운 8월이었다. 대륙별로 보면 유럽과 호주는 기록상 가장 따뜻한 8월이었고 아시아는 두 번째로, 아프리카와 북미는 3번째 뜨거웠던 달이었다.

 지난 여름(6~8월)은 북반구에서 평균보다 섭씨 1.52도 높은 기온으로 기록상 가장 더웠고  겨울이던 남반구는 이 시기 평균보다 0.96℃ 높은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되었다. 학자들은 올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의 기록을 가볍게 연속으로 넘어섰다.

 기후변화의 또다른 지표인 해수면 온도와 빙하 면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 및 NOAA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전 세계 해빙 면적은 사상 두 번째로 적었으며, 북극 해빙은 네 번째로, 남극 해빙은 두 번째로 적었다. 해빙은 햇빛을 반사해 우주로 되돌려 보낸다. 해빙이 줄어들면 드러나는 바다는 검푸르다. 햇빛을 더 잘 받아들여 가열된다. 따라서 해빙이 있던 지역의 기온은 더 빨리 오른다. 일부 과학자들은 아직 녹지 않은 빙하 위에 바닷물을 품어올려 얼음의 두께를 높이려는 실험을 하고 있지만 바다는 드넓다. 전 세계 바다 평균을 보면 8월에 역대 두 번째로 따뜻했다. 북반구 태평양은 엘리뇨와 겹치며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종전 최고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저명한 기후 역사가인 막시밀리아노 에레라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더 잘 드러났다. 그는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해지고 기후 붕괴가 심화되면서 올해 초부터 15개의 국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되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밝혔다. 기상이변 기록 보관소를 운영하는 그는 북극에서 남태평양까지 모니터링 스테이션에 등록된 수만 건의 지역 최고 기온 기록과 함께 130개의 월간 국가 기온 기록도 경신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올 상반기 동안의 기록들은 전례가 없다며 “이 정도의 극심한 폭염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고, 심지어 가능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무려 1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살인적인 폭염인 50도를 넘는 기온을 기록했다. 밤 기온이 높으면 사람과 생태계가 더위에서 회복할 시간이 없어 더욱 위험해지는데7월 말 중국 웨양 지역은 밤 시간대 최저기온이 32℃였다.

 국가별 최고기온 경신 기록은 지구 전체에 걸쳐 있다. 멕시코는 6월 20일 테파체에서 52℃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호주령 코코스 제도에서는 4월 7일 32.8℃로 올해만 세 번째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6월 7일 이집트는 아스완에서 50.9℃였고 그 이틀 전에는 차드가 파야에서 48도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5월 1일에는 가나가 나브롱에서 44.6℃, 라오스는 타응온에서 43.7℃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남서 태평양, 특히 피지 군도의 해수면 온도도 그랬다.

  이래도 그저 가만히 있을 것인가? 전쟁하듯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싸워야 하지 않겠는게 함께 말이다. 마음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