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활동으로 탄소 줄이기는 ‘헛된 꿈’(2)
위선과 불완전함은 달라, 원인에 집중해야
(지난회에 이어)
석유 석탄 채굴 기업들의 후원을 직 간접적으로 받은 반 기후론자들은 메시지에 대한 해명이나 대안 대신 메신저를 공격해 왔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예를 들어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기후위기의 원인을 다룬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 영화로 오스카 상을 받으며 기후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등장시켰다. 그러자 얼마 뒤 반 기후론자 또는 채굴 기업의 지원을 받거나,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언론으로부터 독설과 논평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그렇게 기후문제와 탄소배출을 염려하는 고어 당신은 대형 저택에 살면서 매년 전기 가스 요금이 미국 평균보다 20배가 많은 위선자” 라는 프레임이었다. 그 팩트는 별로 틀리지 않았다.
또 기후활동가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유엔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비행기 대신 요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큰 반향을 일으켰을 때 반기후위기 단체인 내일을 위한 위원회(CFACT)의 크레이그 러커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호화 요트를 타고 항해를 했다”고 비웃었고 영국 데일리 메일은 “요트를 타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요트 선장이 영국에서 미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무용지물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툰베리가 열차 안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올린 사진을 두고 “음식보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이 보인다”고 하거나 툰베리의 각종 사진마다 쫓아다니면서 “사진 속에 플라스틱 물병이 보인다”고 조롱했다.
이정도면 공격을 당하는 활동가 자신은 자책하고 낙담하며 그를 지지하고 후원하던 사람들도 그 ‘위선’적 행동에 등을 돌릴 법 했다. 바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같은 반기후론자들과 탄소자원 채굴기업들이 정확히 원하는 바였다.
석유 천연가스 등 탄소에너지 채굴기업들은 이 지점에 화력을 집중했다. 자신들의 탄소 연료 채굴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관심이 쏠릴 때는 “우리를 비난하는 당신들은 석유 없이 살 수 있는가? 우리는 당신의 필요를 채워 줄 뿐이다. 더싸고 안정적으로 말이다. 우리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도 심고 환경단체에 기부도 한다”라고 관점을 흐린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미국의 5대 석유기업은 적어도 36억달러를 광고로 썼다. 이 돈은 그들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한 투자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그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보다는 홍보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정당화 하고 한편으로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이 훨씬 잘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못을 박는다. 이들이 바로 탄소배출의 주범인 자본이며 탄소 경제의 핵심이다. 툰베리가 일회용품을 사용한 것이, 엘 고어가 미국인 평균의 20배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나는 여전히 필요하면 비행기를 탈 것이다. 여러 여건이 맞아 전기자동차로 바꾸기 전까지는 여전히 휘발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탈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도록 규제하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동참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여전히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음료를 마시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나에게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작은 주사기로 지하실에 차오르는 물을 뽑아내려고 하지 못하는 것에 자책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요구대로 내가 중세의 삶으로 돌아가거나 수도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무시하고, 연대하고, 옳은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작가 유시민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정의롭게 살려고 했으나 완벽하지 못한 것과 위선은 다르다. 그런데 그 불완전함을 위선이라 지적하고 공격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들은 위선은 커녕 위선 조차 하지 않으면서 정의롭게 살려는 메신저를 공격하고 조롱한다” 고 지적했다.
매우 옳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