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 성장의 착각, 유한한 지구로 불가능
지속가능한 대안 경제 ‘도넛 경제학’ 시리즈 1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는 지구를 제6의 대멸절로 이끄는 참혹한 미래를 벗어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등뼈가 되는 경제학은 인간을 ‘욕망의 덩어리’로 전제하고 그 욕망을 부추기는 학문이다.
“어떻게 하면 더 돈을 많이 벌게 될까?” 혹은 “어떻게 하면 경제가 좋아질까?”는 같은 말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이 생산돼야 한다. 공장에서 물건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 노동자가 돈을 벌고 기업주는 인건비와 재료비와 유지비 등을 제하고도 돈이 남도록 가격을 조절해 돈을 벌고 주주도 돈을 번다. 만들어진 물건을 유통시키는 무역상, 도매상, 소매상이 돈을 번다. 소비자는 돈을 쓰지만 그 이상 공장이나 소매점이나 어디에서 일을 하게 되니 돈을 벌 수 있다.
경제학이나 자본주의의 관점에서는 돈을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전제도 있다.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벌게 하는 것이 모든 것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국가 경제의 성장은 GDP(국민 총생산량)로 표시되는 수치로 측정된다. GDP가 이전 해보다 늘어야 국민 모두가 행복해 할 것으로 가정한다. GDP가 성장하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기업활동을 더 늘리고 더 많이 소비하게 하면 된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엄청난 광고가 이어지고 쉽게 폐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든다. 쓰레기 수거 정책이나 폐기물 처리 정책이 마지막 단계를 돕는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의 순환고리가 이렇게 완성된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200여년을 ‘성장’해 왔다. 그러나 여기에 빠진 고리가 있음을 소수파 학자들이 지적해 내고 있다. 대량생산에 필요한 자원이 한정돼 있음을.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가 한 모든 활동을 곰곰이 되짚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포근한 침대의 재료는 나무로부터 가져왔고 못은 철광석, 이불은 석유에서 뽑아낸 실로 지어졌다. 아침 식탁도 나무와 몇 가지 화합물로 이뤄져 있다. 식탁에 오른 음식은 당연히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로 만들어 졌다. 손에 쥔 스마트폰이나 출근을 위해 타는 자동차도 부품 하나하나가 자연에서 가져오지 않은 것은 없다. 집이나 일터는 난방을 해야 한다. 난방을 위해서는 석유 계열의 천연가스나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 역시 석유 계통의 자원에서 나오기도 한다. 아니면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에서 나온다. 다행히 태양광 풍력 원자력은 아직 자연 속에 충분히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자연이 우리의 필요를 충분히 공급해 줬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서구 사회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3개 이상 있어야 한다. 그만큼의 자원이 필요하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지구가 버티는 것은 제3세계 사람들의 자원 사용량이 미미해서다. 서구인들은 미래에 제3세계 사람들이 사용해야 할 자원을 미리 가져다 쓰는 것이다. 16세기 이후 지속돼 온 유럽인들의 식민지 자원 수탈이 지금도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그때보다 조금 더 값을 올려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여러 나라들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원 소비도 급격히 늘고 있다. 또 다른 나라들도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경제가 성장될 경우 지구는 감당이 불가능해 질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전제인 자원의 ‘무한’ 공급이 깨지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고리가 끊어지고 대 혼란이 올 것이다.
이런 문제를 드러내며 대안을 제시한 책 가운데 하나가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홍기빈 역, 학고재 출판)이다. 앞으로 몇 차례 ‘도넛 경제학’이란 무엇이고 21세기 경제학에 대해 몇 차례 연재해 보려 한다.
도넛 경제학이라니. 도넛과 경제학이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저자인 영국의 경제학자 레이워스는 2017년 발행된 이 책(Doughnut Economics)에서 도넛 모양의 그림으로 자본주의의 대안 경제, 지속가능한 경제의 그림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다음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