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무한 성장’ 대신 ‘무한 행복’ 추구

세계 첫 탄소 순흡수국으로 자본주의 대안 기대

 

 

부탄. 세계 첫 탄소 순흡수국(carbon negative)이라고? 또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숲이 많고 산업은 없고 산속에서 종교적 생활을 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 가난하고 특별한 산업이 없는 소수의 사람들이 히말라야 산 속에서 불편한 생활을 할테지. 현대문명의 편리함을 모르고 돈의 위력을 모르면 산촌에서의 소박한 생활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 이름도 생소하고 히말라야 어디쯤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라. 그들이 느낀다는 행복은 그다지 부럽지도 않고 배워야 할 점이 있기는 할까?’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약간의 조사만 해도 내 생각이 많이 틀렸음을 알았다. 선입견이 심했다. 먼저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주장은 별로 근거가 없다.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 행복지수에 부탄은 까마득한 뒷 순위에 기록돼 있다. 2016~2019년에 80~90위 근처였다. 그나마 2020년 이후 부탄은 유엔의 행복지수 산정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생각이 퍼진 것은2010년 영국의 유럽 신 경제재단(NEF)이 발표한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였다. 뜻밖의 결과에 많은 뉴스가 나왔고 강렬한 기억을 남겼지만 추가 보도 없이 사라져 갔다. NEF조사에서 행복지수 13위로 떨어진 기록이 있을 뿐이다. 부탄은 2020년이 지나면서 UN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유엔의 행복지수 기준은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한 기대수명, 정치적 자유, 관대함, 부패,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행복도를 계량화 해서 발표한다. 국민 소득(2023년 1인당 구매력 기준 GDP $14,296 -95위)이 상대적으로 낮고 영아 사망률(2020년 통계 추정 1천명당 27.6명)도 한국(3)의 열배 쯤 높은 부탄으로서는 그다지 즐거운 조사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부탄은 드물게 국민 행복 추구를 헌법의 기본 정신으로 정하고 정책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성장이 최고의 목표가 아니라 국민 행복이 최고의 목표로 돼 있다. 부탄은 자신들을 위한 행복지수 측정 방법을 개발했다. 부탄의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는9개의 큰 영역, 33개의 세부영역으로 나눠진다. 심리적 분야, 육체적 건강, 하루의 시간활용, 교육, 문화다양성, 회복력, 거버넌스, 지역사회 활성화, 생태다양성과 회복력, 생활수준 등이다. 이 평가에는 소득이나 자산처럼 숫자로 표시되는 비중은 전체의 10% 정도이고 나머지도 설문 응답자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좌우된다. 유엔에서는 평균수명, 기대수명, 영아 사망률, 병에 걸린 비율, 의료시스템과 수준 등 객관적 지표로 통계를 내는 것과 다르다.

 어느 것이 더 정확하게 행복도를 측정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소득이 더 중요한 것인지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형이상학적 단어인 행복을 형이하학적이고 계량 가능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 들인 것은 학계의 실패일 수도 있다. 유엔과 NEF도 서로 다른 기준으로 다른 평가를 하고 결과도 다르다. 행복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한지 묻는 연구를 보아도 자산 증가의 어느 정도까지는 비례해서 행복을 느끼지만 일정한 한계를 넘어가면 크게 차이가 없다. 또 주변 환경과도 밀접하다. 1인당 GDP가 3000달러인 나라에서는 연 소득이 1만불만 돼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5만달러인 나라에서는 연 소득이 1만달러라면 매우 불행하다고 여길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깊은 종교성 지녔거나 고도의 정신적 세계에 들어간 사람의 경우는 예외지만.

 아무튼 부탄의 행복도를 갑자기 짚어 보는 것은 단순히 국민 행복만이 이 나라의 지향이 아니라 세계 첫 탄소 순흡수국이 됐고 이를 헌법적 가치, 국민행복의 가치에서 실현하고 있어서다. 이 두가지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이미 10여년째 증명해 보이고 있어서다. 부탄은 배출하는 탄소의 3배를 울창한 산림을 통해 흡수한다.

 서구와 제3세계 국가들과 달리 개발보다는 산림을 보호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기본 시스템으로 지향한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주 칼럼에서도 부탄의 독특함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