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대멸종, 이미 진행중(2)
자연 멸종 속도보다 1만배 빨라
(지난주에 이어)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제6의 대멸종 사태를 앞두고 그 이전 4차례를 지난주에 짚어보았다. 이번 주에는 가장 최근의 대멸종 사태인 제 5차와 현재 진행중인 6차 대멸종을 살펴본다.
2억년 전의 4차 대멸종 이후 다시 지구는 평온을 되찾았다. 1억4천만년 동안 수많은 생물 종들은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자연스런 진화 과정을 이어갔다. 공룡이 등장해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 잡았고 포유류도 그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6천6백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지름 10킬로미터에 달하는 소행성이 지구를 때렸다. 직경 160km에 이르는 분화구가 그 흔적이다. 충돌과 함께 불덩이가 된 암석과 파편들이 하늘로 퍼졌고 뒤이어 열파가, 또 1500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지표와 해양을 휩쓸었다. 핵폭탄 10억개의 위력이었다. 뒤이어 가스구름과 빽빽한 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몇 년 동안 햇빛이 차단됐다. 광합성이 불가능해지고 식물이 먼저 죽고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뒤를 이었다. 기온은 급감해 지구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라졌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소행성이 부딪히기 전 이미 지구 생물은 다양성이 극도로 줄어들어 멸종 위험이 높아졌는데 소행성 충돌로 위기가 현실로 닥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5차 대멸종은 그 이전에 비해 매우 빠른 시간동안 진행됐고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지구 외부의 소행성에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럼에도 수천년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중인 6차 대멸종은 어떤가? ( 호모 사피엔스 종의 인지 대혁명이 일어난 6만년쯤 전부터 인간이 가는 곳은 여지 없이 대형 포유류가 사라졌다. 유라시아의 매머드가 그랬고 4만5천년 전 호주에 진입해 몸무게 2백킬로에 달하는 대형캥거루, 타조의 두배크기인 새, 5미터 길이의 왕도마뱀, 2.5톤이나 나가는 디프로토돈 등의 대형 동물둘이 사라졌다. 1만년 전이 되자 북미로 인류가 진출하면서 매머드 등 대형 동물이 멸종됐고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가진 검치호랑이, 무게가 8톤이나 되는 땅늘보 등 대형동물 37속이 사라졌고 남미에선 50속이 사라졌다. 이때만 해도 인류의 효과적이고 수탈적인 사냥기술이 문제였다)1만2천년 전 지구 기온이 빙하기를 벗어나 홀로세 안정기로 접어들면서 인류는 농업혁명을 일으켰다. 예측 가능한 날씨는 농업과 목축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그것이 축복이면서 한편으로는 재앙의 시작이었다. 농업 확대로 문명과 기술이 진보하며 인류는 자연 수탈적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그 결과 1만년 전 지구상 포유류의 생물량이 1%에 불과하던 인류는 현재 34%가 됐고 가축까지 포함하면 97~99%를 차지하게 됐다. 야생에서 포유류는 97~99%가 이미 멸종, 겨우 1% 정도만 남았다. 곤충도 지난 30년 간 75%나 줄어들었다. 개체수 뿐 아니라 사라진 종도 무려 1천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IUCN(국제 자연보호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 따르면 현재 8만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생물 종의 멸종 속도는 자연 멸종률보다 1,000배에서 10,000배 정도 빠르다. 거대 운석 충돌로 인한 지난 5차 대멸종의 속도와 비교해도 수십에서 수백배 빠르다.
현재의 멸종 사태는 인간 활동, 즉 지속 불가능한 경제 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자연 착취를 기본으로 하는 토지와 수자원 사용으로 인한 자원고갈, 석유 등 탄소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원인이다. 현재 전 세계 토지의 40%가 식량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데 그 대부분이 단일작물 경작이다. 이를 위해 맹독성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가 필수품이 됐고 토지는 오염에 찌들어 다른 생물과의 공존이 불가능해 졌다. 전 세계 삼림 벌채의 90%가 농토 확보를 위해 이뤄지고 있어 야생동식물 서식지는 갈수록 줄어 개체 수와 종수 감소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지구 역사상 등장했던 생물 종 가운데 99.9%가 사라졌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지금의 수백만 종들도 언젠가 그 뒤를 이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로 불리는 인류의 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스로, 더 빨리, 어쩌면 의도적으로 자신의 명을 재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괴할 뿐이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인류는 어쩌다 보니 스스로의 정체를 알게 됐고 지식을 쌓아 올려 우주의 많은 신비를 설명하고 양자세계를 이해하게 됐다. 온갖 기술과 자원 활용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인구가 굶주림에서 벗어났다. 선진국 사람들의 식탁은 예전 황제의 식탁이 됐다. 지역이나 계절의 의미도 없을 만큼 예전엔 구하기 힘든 지구촌 식품들이 당연하게 식탁에 올라온다. 하늘을 날고 땅과 바다를 바람처럼 달린다.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눈 앞의 이익만을 위해 개발한 잘못된 마법으로 신의 자리에 올라선 인류는 자신이 개발한 흑마법으로 멸종을 눈 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