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수도꼭지부터 꽉~
각국 탄소배출량 축소 계산으로 위기 키워
“아빠, 배수구가 막혔어요.”
캐나다의 낡은 목조주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한 두 번 이상 하게 된다. 보통은 욕조의 수도 꼭지에서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지만 배수구로 모두 처리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욕조 바닥 배수구가 막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고 바로 욕조 밖으로 물이 흘러 넘치지는 않는다. 욕조 벽에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잘 보이지 않는 제 2의 배수구멍이 욕조 아래로 이어져 있어서다. 기본 배수구 입구가 막히더라도 이를 통해 물은 빠진다. 그러나 욕조 아래서 관이 막힐 경우 두번째 안전장치마저 무용지물이 된다. 물은 욕조 벽을 넘어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든다.
화장실로 달려간 아빠는 무슨 일을 제일 먼저 해야 할까? 어떤 아빠는 물을 바가지로 퍼서 세면대로 옮겨 부으려 한다. 엔지니어 아빠는 수도꼭지의 물이 얼마나 쏟아지는지를 계산해서 그보다 큰 펌프를 설치해 물을 창 밖으로 보내려 할지도 모른다. 부자 아빠는 아이를 안고 집을 버리고 카티지로 탈출하려 한다. 보수주의자 아빠는 한국처럼 제 3의 배수구멍이 욕조 바닥에 있을 것이라며 안심하라고 한다.
그러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수도꼭지를 잠글 것이다. 바로 이 행동이 필요하다. 다른 어떤 것도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 보다 앞서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촌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원을 차단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탄소배출 차단은 경제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고작 하는 일이 나무를 심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자거나 검증도 안된 탄소 포집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순수한 엔지니어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탈출하려 하고 또 돈 많은 IT 거부들은 하와이나 뉴질랜드 등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자신들의 아성을 구축해 만약의 경우 그곳으로 들어가 자립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천문학적 돈을 쓸어 모으는 탄소배출 기업들과 이들의 후원을 받는 기후 부정론자들은 자연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 여긴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으려는 노력은 각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국의 탄소배출 정보를 축소해 물이 넘치려면 아직 멀었다며 시민들을 속인다. 기후 선진국이라 불리는 그레타 툰베리의 나라 스웨덴조차 연간 탄소배출양을 3분의 1로 축소해서 발표한다. 스웨덴 정부가 집계해 발표한 자국의 탄소 배출 양은 연간 약 5천만톤(2018년 기준)이다.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을 위해 다른 나라 공장에서 배출하는 국제 배출량, 수출품의 해외 배출 양, 스웨덴 내 생물기원 배출 양, 연금과 금융투자와 관련된 배출 양, 추출된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배출 양 등을 합칠 경우 무려 그 세배인 1억5천만톤 이상이 된다. 스웨덴의 기후관련 저널리스트 알렉산드라 우리스만 오토(Alexandra Urisman Otto)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절망했다. 스웨덴처럼 다른 선진국들도 부정확한 통계, 축소 통계를 토대로 감축 목표를 세운다면 2050년 순배출 제로라는 전세계의 목표는 허황되다. 이 경우 숫자로는 넷제로를 달성하더라도 실제로는 매년 여전히 많은 양을 배출하고 있을 것이고 이번 세기 안에 2.5도~3도까지 평균기온이 치솟을 것이다. 그러면 수도꼭지를 잠그는 밸브마저 터지는 셈이 된다. 지구는 양의 되먹임으로 스스로 탄소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원의 차단을 위해 시민과 정부는 힘을 합쳐야 한다. 그것이 성공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다른 답이 없다. 아니 극소수의 부자와 부자나라들은 철옹성 속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들의 안위를 도모하거나 화성으로 탈출할 테니 남은 70억명의 인류에게는 답 없는 미래 뿐이다. 그 전에 70억이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