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그런다고 지켜질까?”
1.5도 지키기 위한 라이프스타일 논란
‘나만 탄소배출을 줄인다고 지구의 열폭주를 멈출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기후문제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봤을 것이다. 그러다 ‘내가 이런다고 되겠어?’ 라며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답을 현실에서 찾기 위해 ‘1.5도 라이프스타일로 한 달 살기’라는 제목의 실험이 한국에서 진행됐다. 기후단체 녹색전환연구소와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함께 기획한 것이다. 이들은 자원자 23명을 뽑아 일상에서의 탄소 배출을 40% 줄이는 삶이 가능한지 지난 7월 한달간 실제 살아보게 했다.
파리 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상승 이내로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40% 이상 줄여야 한다.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한국인은 13.6톤(캐나다인은 15.6톤, 2018년 통계)을 배출한다. 여기서 공공시설에서 발생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개인 생활에서 나오는 9.8톤 중 40%를 감축한 5.9톤 이내가 목표였다. 그 5.9톤도 사실 2050년까지는 0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일차로 2030년까지 40% 감축을 목표했다.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결론부터 보자. 거의 불가능했다.
개인적 실천이 만들어 내는 효과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떠나 40% 감축 목표가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지 보여주는 좋은 실험이었다. 참가자들은 특히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었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생활을 목표로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소비, 먹거리, 주거, 교통, 여가생활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일일이 계산해서 합산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참가자들은 한달 동안 300개가 넘는 탄소배출 관련 항목을 일기처럼 꼼꼼히 계산했다. 먹거리 종류만 100가지였다. 이렇게 한달을 살아 본 결과 23명중 8명만이 목표치인 5.9톤 이하를 배출했다. 한달 총량을 1년으로 환산한 양이다. 전체 평균은 7.1톤으로 목표치인 5.9톤보다 많이 높았다. 가장 많이 배출한 경우는 14.7톤, 가장 적은 경우는 1.7톤을 배출한 경우였다. 1.7톤은 사실 기록이 제대로 안됐을 것이라는 의문을 품을 만하다. 전 지구 평균이 4.29톤, 인도인 평균이 1.58톤이어서다. 물론 그의 일상을 모르면서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겠다. 한달 동안 거의 아무것도 사지 않고 자전거로 또는 걸어서 출퇴근을 하며 집에서 기른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하고 전기와 물도 최소로 사용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다.
이들은 작심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 했지만 고기를 먹는 직장의 식사 분위기, 꼭 해야 하는 소비 형태, 주거지와 일터나 병원 등 생활 필수 시설 접근성 등의 여러 이유들로 쉽지 않았다.
그러니 지구인 전체가 2030년까지 1인당 탄소 배출을 평균 4.29톤에서 2.57톤으로 줄이는 게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돼 버린다.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란게 얼마나 허망한가. 선진국 사람들이 적어도 절반 이하로 줄이면 그나마 가능하지만 최선을 다해도 30%를 줄이기 힘들었다. 공공영역을 제외하고도.
기후 운동가 김병권씨는 그의 책 ‘1.5도 이코노믹 스타일’ 이란 책에서 개인의 탄소배출이 많은 소비와 먹거리, 주거, 교통 등의 여러 영역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했다. 주거지 선택과 이동수단 선택, 에너지 사용은 모두 다른 언어로 표현된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어떤 종류의 냉난방 시스템을 갖게 되는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야채를 길러먹기 어렵고 집이 좁으면 쓰던 물건을 보관했다가 업사이클이나 리사이클 하기가 어렵다. 탄소 배출 감소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또 “따라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과학적 지식, 정치적 행동, 그리고 사회적 변화가 모두 결합되어 작동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1.5도 라이프스타일로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적 변화 뿐 아니라 15분도시로 재설계 된 인프라, 탄소배출이 적은 에너지 정책, 여기에 대해 이웃들이 맞춰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하나 둘 씩 보일 때 비로소 사회 전체가 움직이며 진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기후 활동가의 개인적 탄소배출 활동에 대해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 도시의 재설계, 여론 조성 등이 함께 갈 때 각자의 노력이 빛을 볼 수 있다.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함으로 자신의 부정의를 합리화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그 메시지를 외쳐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