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 어린이의 제왕나비 기르기

“이제야 남편의 동공이 흔들려요”

제왕나비 기르기, 참여자마다 탄성 터져

 

 “저는 11살 박리암(재윤)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곤충학자로 생각하고요.”

 당당하게, 아직은 조금 어색한 듯 자신을 곤충학자로 소개하는 토론토 북쪽 리치몬드힐의 베이넌 필즈 초등학교 5학년인 재윤(한인 박충훈 씨의 아들)이는 이미 책도 한권 발행한 저자다. 지난 몇 년 간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를 기르고 관찰하며 관련 서적을 읽고 인터넷의 정보들을 찾았다.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과 지식 경험을 수십페이지의 분량의 책으로 만들었다. 학교 도서관에 기증도 했다.

 “모나크 나비를 길러 보면 너무 좋아요. 멸종위기종이니 가능한 많이 길러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싶어요.”

재윤이는 1학년 때부터 큼직한 날개를 퍼덕이며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나비가 좋았다. 그러다 우연히 제왕나비를 알게 됐고 신비로운 생태를 배우고는 길르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만 할 수 있는 제왕나비 기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알에서 애벌레로 자라는 2-3주 동안 신선한 먹이(애벌레는 오로지 밀크위드라는 풀잎만 먹어야 한다)를 공급해 줘야 한다. 그 동안 1밀리미터 정도이던 애벌레는 무게로 수천배로 폭풍성장, 50 밀리미터 전후가 되고 마침내 초록색 고치를 만들어 고요 속에 들어간다. 그 속에서 1~2주 동안의 비밀스런 성장. 그리고 화려한 나비가 된다.

 “고치에서 나비로 태어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기쁜 것 같아요” 라는 재윤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제왕나비를 기르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재윤이의 그 희망이 올해 이뤄지고 있다. 토론토 생태희망연대(HNET)는 올해 제왕나비 기르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7월24일 koreatimes.net/ArticleViewer/Article/160365). 한인사회에서 제왕나비 기르기 자원자를 모집,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 2주만에 21명이 참여해 5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 어떤 반려동물 못지 않는 감탄과 감동이 채팅방에 매일같이 쏟아졌다. 오히려 더욱 신선했다.

“어머머 잘 키우셨어요.”

“이제야 관심 없던 남편의 동공이 흔들립니다.”

“우리집에선 남편이 애벌레도 오래 못 보게 하고(스트레스 받을까 봐) 근처에서는 말도 크게 못하게 해요(놀랄까 봐).”

단톡방에서의 수다는 끝이 없다. 하루에도 백여개의 문자와 ‘아이 자랑’ 사진은 물론 애벌레의 움직임을 찍은 동영상이 앞다퉈 올라온다.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밀크위드가 자라는 공원이나 산책로 지도도 공유한다. 그래도 구하기 어려우면 서로 나눠준다.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니 각자의 성격이 다름을 ‘발견’했다. 어떤 ‘녀석’은 움직임이 적고 어떤 녀석은 활발하게 움직인다. 또 어떤 애벌레는 쉬는 시간이면 잎을 떠나 어디론가 헤매고 다니다 쉰다. 자라는 속도도 제각각이다. 늦게 알을 깨고 나온 녀석이 ‘형아’를 추월할 것 같다고 신기해 한다. 덩치가 커지면 잎을 갉아먹는 소리도 사각사각 들린다. 현재 이 방에서 벌써 나비가 두 마리 태어나 하늘로 날아갔고 십여 개의 고치가 매달려 환희의 순간을 기다린다.  물론 관리소홀이나 다른 이유(질병)로 몇 마리는 나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자연에서 알이 나비가 되는 가능성이 겨우 1~3%이니 약간의 위로가 된다.

입소문이 퍼지자 토론토 은평교회 주일학교에서 31개의 알을 채취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교회 학교 차원에서 해보자는 것이다. 고무적이다.

다만 HNET에서는 알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공급하지 못한다. 단톡방 회원들이 주변 공원길을 뒤져야 한다. 또 밀크위드가 대량 재배되는 G.Eco Farm으로 가서 함께 채취하기로 했다. 자연에서는 알 상태에서 거미나 개미 등 온갖 포식 곤충에게 먹히기 때문에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런 노력은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주류 사회에서는 ‘온타리오를 거쳐 이동하는 제왕나비들(Mornarchs Migrating Through Ontario)이란 페이스북 그룹이 있다. 2주 전에는 약 4,500여 회원이 가입해 있었으나 현재 5,200여명으로 늘었고 활발하게 뉴스피딩이 올라오고 있다. 그 외에도 온타리오에 몇몇 SNS를 통한 제왕나비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인류의 활동으로 멸종위기에 내몰린 신비로운 모나크 나비를 돕자는 재윤이의 희망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이제 자연의 화답을 기대해 본다.

 

 

다음은 재윤이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자기 소개를 해주실래요?

“저는 11살이고 스스로를 곤충학자라고 생각합니다.”

재윤이는 어떻게 제왕나비를 알게 됐나요?

“저는 1학년때 나비에 대해 엄청나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큰 날개와 화려한 색깔에 반했습니다. 그러다 모나크 나비를 알게 됐죠. 나비 중에서 제일 멋져 보였어요.”

어떻게 제왕나비를 기르게 됐죠?

 “혼자 모나크 나비를 공부하다가 멸종위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돕고 싶었습니다.”

나비를 기르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별로 어렵지는 않았어요. 아주 쉽게 키울 수 있어요. 그러나 애벌레가 잎을 얼마나 빨리 먹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순간들은 언제 였어요?

 “고치에서 예쁜 나비가 태어날 때가 아주 좋았습니다. 알을 채취해 직접 키운 벌레가 나비로 바뀌는 것을 보니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포식자에 먹히지 않고 집에서 잘 자라 성체가 될 수 있도록 해줬다는 점이 아주 보람있었습니다.”

나비를 기르는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기르기가 매우 쉽지만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나비를 기르기 2년째였는데 아직 굳지 않은 고치를 움직이려 하다가 다쳐서 죽었습니다. 그러니 굳지 않은 고치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애벌레가 너무 빨리 먹어서 음식 주는 것을 잊어 먹기도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두시간마다 한번씩 점검하기도 했어요. 가장 큰 문제는 기생충과 질병인 것 같습니다. 먹이와 집을 깨끗이 해놓고 공기 순환도 잘 되도록 해야 합니다.”

애벌레를 키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텐데 왜 해마다 이렇게 하나요?

 “저는 제왕나비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이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모나크 나비 기르기 책을 써서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How to raise Monarch’ “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여러분, 어린이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모나크를 구하는 일에 참여하면 좋겠어요. 자연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레를 키우는 동안 즐거움을 맛보며 멸종위기에서 구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