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열수 흐름 멈추면 영화 ‘투모로우’

그린랜드 빙하 녹은 담수 영향

 

 

평균 기온 상승으로 끓어 오르는 바다는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단순히 해수면 상승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해수면 상승만 일으킨다면 인류는 의외로 쉽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해안 도시를 버리고 더 높은 지역으로 이주하면 된다. 엄청난 경제적 타격은 있겠지만 그것이 인류나 지구 생명체의 대멸절로 이끌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는 따로 있다. 바다 해류의 변화다. 2024년 미국 재난영화 ‘The day after Tomorrow(투모로우)’ 라는 영화가 바로 이 내용을 소재로 했다. 대서양을 휘감아 도는 해류가 남북극 빙하가 녹으며 갑자기 흐름이 달라져 북반구의 거의 대부분이 얼음에 뒤덮이는 재난 영화였다. 이 영화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이야기에 많이 언급된다. 실제 이런 가능성이 과학자들에 의해 예측되고 있다.  다만 그로 인해 빙하기가 급격하게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기후 급변으로 재난급 날씨가 이어진다는 것이 다르다. 인도, 남미, 서아프리카 일대에는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유럽과 북미는 극심한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해류는 대서양 자오선역전순환(AMOC)으로 불리는데 적도 지방의 따뜻한 바닷물을 바다의 표층을 따라 북유럽 쪽으로 강물처럼 옮겨가며 열을 전달한다. 그래서 영국 등 북유럽은 위도에 비해 매우 따뜻한 기온을 가질 수 있다. 적도 지방의 바닷물은 온도가 높아 수증기가 다량 증발돼 염분도 더 많다. 염분이 많아지면 더 무거워진다. 이 물이 그린랜드 주변을 휘감아 다시 캐나다 동북쪽으로 오면서 차갑게 식는다. 차가운 물은 더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 앉아 심해류가 돼 다시 대서양 바다 깊은 곳을 통해 남미 대륙과 남극 주변으로 이동한다. 대서양 해저 2천~4천미터 아래서 느린 강물처럼 움직인다.

 이런 해류의 순환이 그린랜드의 얼음이 녹으며 영향을 받는다. 얼음이 녹은 물은 차갑지만 염도가 낮아 기존의 바닷물에 비해 가볍다. 그러다 보니 가벼운 담수가 많이 섞인 물은 웬만큼 차가워도 가라 앉지 않는다. 심해로 가라앉아야 다시 적도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그 흐름이 극단적으로 느려지다 어느 순간 멈춰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해류는 1초당 2천만 입방미터의 물을 이동시킨다. 이 양은 아마존 강보다 100배나 많은 양이다.   

 북대서양 그린랜드 남쪽 바다는 지난 수십년 사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평균 온도가 내려간 지역이다. 그린랜드의 차가운 얼음물이 녹아 내리며 바다 표면 온도를 낮춰오고 있다. 해류 순환이 붕괴될 위험 징후다.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기후모형학)와 수사네 디틀레우센 교수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 라는 학술지에 “빠르면 2025년 이 흐름이 멈출 수 있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이후 다른 학자들에 의해 모델에 사용된 데이터의 부족 등으로 연구결과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기는 했으나 이 흐름이 멈출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북대서양 전역에서 열수 순환이 둔화되고 있다는 데이터가 모아지고 있다. AMOC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1955년부터 1994년까지 AMOC가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되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강도와 속도가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해수면의 지속적인 온난화와 그에 따른 해양 상층의 염분 변화로 보고 있다. 다만 걸프 지역 해류가 견고하게 버텨주고 있어 이 해양 열수 순환은 아직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한번 해양 순환이 멈추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데는 1천년이 걸린다. 해양 순환이 멈추면 지구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할 것이다. 지난 6월도 역시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이었다. 캐나다나 미국도 중국과 중동 등 세계 곳곳은 지금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경험을 하고 있다. 이 정도는 해양 순환의 멈춤과 비교할 수 없을 고통이 이어질 것이다.

 

정필립(토론토 생태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