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 조절기 CO2

페름기 대 멸종보다 열배 빠른 배출

 

 그 날도 푸른 하늘에 맑은 구름이 떠 있었을 것이다. 산들바람이 불고 나뭇잎은 흔들리며 바다 속은 많은 생명들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어떤 날은 잿빛 연무가 하늘을 덮었지만 며칠 뒤면 다시 맑은 하늘이었고 어쩌다 비가 내리며 평온을 되찾았을 것이다. 다만 연무가 하늘을 덮는 날이 더 자주, 더 길게 반복됐을 뿐. 2억5천만년 전 페름기 말 때 이뤄진 3차 대 멸종을 앞둔 지구의 어느 날 모습을 상상해 본다. 시베리아에서 솟구치기 시작한 용암은 2백만년 동안 대륙을 뒤덮으며 모든 것을 불태웠다. 연기가 시베리아 하늘을 덮기는 했지만 지구 전체가 덮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봄 캐나다와 미국 일부를 뒤덮었던 연기처럼. 물론 그보다 몇배 더 했을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게 느리게 찾아오는 죽음의 그림자임을 그 때는 알 수 없었다. 그만한 지능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화산에서 분출되고 화재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차곡차곡 쌓이며 기온을 높이고 바다를 산성화 시켜 나갔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증했고 기온은 10도나 올랐다. 2만~6만년에 걸쳐 상위 포식자부터 사라지며 바다 생명이 96% 사라졌고 육지는 70%가 사라졌다. 현명하다고 스스로 이름 지은 호모 사피엔스조차 20세기 후반까지의 세대가 그 당시에 살고 있었더라도 그 죽음의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학자들은 이산화탄소의 순환과 역할에 대해 매우 정밀하게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느 정도 농도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축적되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알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느 나라 어느 기업, 어느 소비자가 만들어 내는지 계량화를 해내고 있다. 지금은 페름기 시베리아를 덮은 화산 용암분출 때 보다 10 배 더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에 뿌려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생명이 산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여긴다. 산소로 호흡을 하는 우리 생명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 이산화탄소가 생명의 출발점이었다. 지구의 원시 생명체가 산소로 에너지를 얻기 전, 이산화탄소는 햇빛과 함께 식물의 몸 속에서 광합성이라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에너지와 산소를 만들어 내왔다. 그 부산물인 산소가 대기 중 넘쳐나게 되면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다른 생명의 모습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생명유지 뿐 아니라 광합성을 통해 탄소의 형태로 만들어져 여러 모양으로 저장된다. 석탄이나 석유처럼 땅 속에 묻히기도 하고 석회암, 슬러지의 형태로 지구 깊은 데서 수 천만년, 수 억년 잠을 잔다. 일부는 화재 등을 통해 대기로 나오고 바다로 녹아들어 여러 생명들의 생존에 관여한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미세 조절기 역할을 한다. 이산화탄소는 분자량이 산소나 질소 등 대기의 주요 구성 성분보다 크다. 분자량이 큰 기체는 지구가 방출하는 복사열을 더 잘 붙잡는 온실가스가 된다. 농도가 짙어지면 복사열이 더 많아져 지구 기온이 높아지고 농도가 낮아지면 그 반대가 돼 빙하기가 된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기온을 결정하는 핵심 기체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는 그 수명이 몇 백 년에서 몇 천년까지 된다. 오랜 세월 머물게 되므로 순환 패턴을 벗어나 발생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공기중에 축적된다. 그러면서 지구 온도를 높이게 되고 한번 높아지면 지속 기간도 몇 백년이 아니라 몇 만년 몇 천만년으로 영향력이 길다. 게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땅 속과 바다 속에서 잠자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녹아 나오며 양의 되먹임으로 작용한다. 이산화탄소가 임계점을 넘어갈 만큼 농도가 높아지면 생태계는 붕괴의 길을 걷게 된다.

 페름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만 그 때와 다른 점은 그 재앙을 일으키는 것이 인간이란 한 종이고 편리만을 추구하는 인간은 원인과 결과를 알면서도 잘 돌이키질 않는 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