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드는 대멸종의 거대한 가속

네안데르탈인도, 매머드도 사라져

 약 20만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종의 유인원 무리가 등장했다. 두개골이 둥글고 턱이 뾰족하며 가까운 종족보다 몸집이나 이빨 크기도 작았다. 나무를 잘 탈 수도 없었고 힘도 비교적 약했다. 그런데 두뇌는 뛰어났다. 이로써 이들은 도구를 사용해 다른 종보다 먹이를 더 쉽게, 더 많이 구할 수 있었다. 신체의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종족을 유지하는데 유리했다. 이 종이 바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다.

빙하기와 소간빙기의 극심한 기후변화 속에서 이들은 북쪽으로 터전을 옮겨갔다. 아프리카 북부를 거쳐 중동과 호주, 유럽으로 자리를 넓혀갔다.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은 동료가 발견한 먹이의 위치를 더 쉽게 전달했고 더 나은 도구의 제작 비법이 대를 이어 전수됐다. 약 4만년 전 유럽에서 이들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다. 이들과의 교류로 현생 인류에게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가 각인됐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무슨 갑자기 사라졌다. 어떤 학자는 사피엔스가 가져온 열대성 전염병으로 그랬다고도 하고 진화 경쟁에서 도태됐다고도 하며 상호 전쟁으로 말살됐다고도 주장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다만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멸종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게 호모 사피엔스에 의한  6차  대멸종의 시작이라면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8만년 전 호주로 간 인류는 엄청난 크기의 동물들을 만났다. 포유류 중 이빨로 무는 힘이 가장 쎈 것으로 추정되는 주머니사자도 있었고 가장 큰 도마뱀인 메갈라니아, 코뿔소 윔뱃으로 알려진 디프로토돈 등 많은 대형 포유류가 몇 천년 만에 사라졌다.

 북미는 어떤가. 약 2만년 전에 도착한 인류는 몸길이가 2미터가 넘는 대형 비버, 거대한 나무늘보 글립토돈, 코뿔소 만한 초식동물 톡소돈 등을 만났고 이들도 같은 처지가 됐다. 대형 매머드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북미로 넘어왔지만 그들을 따라온 인류만 남았다.

대형동물의 멸종과 인류의 정착 시기는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설명이다. 대형 포유동물들은 번식 속도가 매우 느려 1년에 한 마리만 죽여도 몇 백년이면 멸종된다는 시뮬레이션도 나왔다. 지질학적 연대로 보면 너무나 짧은 순간이지만 인류의 입장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몇 십세대가 지나는 동안 아이들은 할머니가 이야기하던 대형 동물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멈췄다.

중세를 지나고 유럽인이 세계 곳곳에 더 뛰어난 살해병기와 생태교란종들을 퍼트렸다. 18세기 유럽인이 호주에 데려 온 고양이는 큰귀캥거루쥐를 멸절시켰고 또 채텀펭귄, 라이알굴뚝새 등 20여종도 사라졌다. 19세기 산탄종이 등장하면서 북미에 살던 수십억 마리의 나그네비둘기가 사라졌고 뛰어난 화력의 사냥총으로 대륙을 덮고 있던 버팔로 들소도 거의 사라졌다.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육식동물과 많은 공간과 먹이가 필요한 대형 초식동물도 개체 수는 셀 수 있을 만큼 줄었고 야생에서의 숫자보다 동물원에서의 숫자가 더 많을 지경이 됐다. 생물 종이 매년 큰 비율로 감소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이 개체수 감소라고 생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먹이사슬이 균형을 이룬 10종의 생물이 10,000마리 있을 때에 비해 100종의 생물이 1,000마리라면 후자가 대멸종을 맞이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뜻이다.

 측정이 비교적 쉬운 포유류는 전체 약 6천여종 중 지난 500년 간 80종이 멸종했다. 자연에서의 속도에 비하면 16배다. 지난 100년으로 좁히면 32배다. 양서류는 100배나 빨라졌고 조류도 20배나 빠르다. 개체수는 더 위험하다. 1만년 전 지구상 포유류 중 인류와 가축의 무게는 전체의 1%였으나 지금은 98%다. 개체나 종 수가 크게 줄지 않았더라도 야생에서의 포유류는 거의 멸종상태다. 20세기까지는 인류의 남획으로 그리 됐으나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엄청난 충격이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숨통을 끊어 놓으며 제 6차 대멸종의 문으로 성큼 들어갈 것이다. 5차례의 대멸종 마다 적어도 생물종 가운데 75%가 사라졌고 특히 최상위 포식자는 예외 없이 사라졌다.

다음은 누구일까.

(그레타 툰베리의 The Climate Book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