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자본주의의 대안은 있는가
강수돌 교수 – HNET 강연( 2)
지난주에 이어 고려대 강수돌 명예교수가 HNET 줌세미나에서 나눈 강의를 요약해 본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전 과정은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과정이다. 그러니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자본주의는 상품이나 화폐를 신처럼 여기는 물신주의 사회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삶의 핵심에 두지 않고 사물 중심, 화폐가치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회다. 그 결말은 자기 파멸적이고 파괴적이다. 사람들은 편리와 속도와 이익을 추구한다. 그 방법은 돈과 상품이다. 빨리 하면 우월하게 보이고 이익이 많이 나면 좋아 보인다. 사람들은 그 맛에 중독된다.
자본주의는 가치를 끊임없이 증식하려는 제도다. 인간 노동력을 상품화하고 잉여가치를 만들어 낸다. 자원이 상품 속에 이전되고 여기에 인간 노동력이 더해지면 잉여가치가 생긴다. 더 많은 잉여가치를 만들기 위해, 즉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계화를 더할 경우 한 상품당 들어가는 인간의 노동력은 그만큼 줄어 드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흔히 자본주의의 반대로 알고 있는 공산주의는 어떤가? 공산당 엘리트들이 기업, 자본의 역할을 하므로 국가 자본주의라는 형태로 볼 수 있다. 근본 원리는 서구 자본주의와 같다. 생산성 향상은 노동자의 잉여가치 감소로 이어져 사회 불만을 초래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민주적 제도를 도입하거나 유럽처럼 복지제도를 도입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의 한계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유럽이 온실가스 배출을 더 빨리 줄이고는 있지만 근원적 해결책은 아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결과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신석기 시대인 1만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최근이다. 아주 멀리 잡아도 7백년쯤 전 이탈리아의 수공업과 상공인이 생길 때부터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인류 문명사에서 겨우 7%만이 자본주의의 삶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위기를 부른 결정적 시기는 불과 50~100년도 안된다. 그 이전에는 아주 다른 체제였다. 아버지가 벌어 온 식구가 나눠 먹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게 공산주의의 진짜 원형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의 공산주의는 국가 자본주의일 뿐이다.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 자본주의의 문제는 착취다.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람은 폐인이 된다. 그 이전 사회에서는 노인도 존경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고 분노가 일어난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체제는 투표나 토론을 거쳐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일에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자본주의로 인한 기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기업가들은 그린 워싱을 도입하기도 한다. 친환경의 옷을 입혀 상품을 내놓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거나 아주 작은 효과를 과대포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살충제를 판매하지만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는 것이다. 또 녹색 자본주의나 다른 형태의 제도가 시험되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본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국가보다 훨씬 더 비 민주적이고 독재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통해 아주 소수가 자유와 여유를 누린다.
또 어떤 사람들은 기술 발전으로 탄소를 포집하거나 태양빛을 차단해 지구 기온을 낮추자고도 한다. 이 역시 원인은 두고 증상 호전만을 노리는 임시처방일 뿐이다. 심지어 그게 하나의 비즈니스가 된다.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관리체제를 말하기도 한다. ESG나 RE100 등의 체제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기지만 이것도 자본주의의 근본을 건드리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가짜다. 이들의 지속가능 발전이란 말에 속아서는 안된다. 착취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의 구조를 바꾸는 것만이 답이다. 자본주의에 중독되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다. 끊어 버리거나 죽어야 끝나기에 어렵다.
자본주의의 구조 아래서 우리의 행위는 어떠한가? 고용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더 많은 부를 지향하며, 소비를 늘린다. 더 빨리, 더 편리하게 더 많이 가지고 누리려고 한다. 이런 소비자의 행위가 구조적 문제와 함께 성찰의 대상이어야 한다.
탈자본의 대안으로는 생태민주주의, 탈성장 코뮤니즘, 에코페미니즘, 사회 생태주의 등 여러 시스템이 시도되거나 제안되고 있고 대안 경제의 속성으로는 책임성 경제, 순환성 경제, 선물의 경제, 다양성의 경제 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
물론 세계 전체 체제를 당장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주변부터 공동체 텃밭을 일궈 함께 나누고 15분도시 같은 정책을 지지해 변화를 추구해 볼 수 있다. 동물이나 나무도 끊임없이 성장만 하지 않듯 자본주의 경제도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연도 살 수 있도록 인간의 욕망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