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로 탄소 감축, 삶의 질 향상
오타와도 밀집형 도시로 변혁 추진
지난 주에 이어 ‘15분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 보자.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공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아직 도시는 휘발유 등을 사용하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탄소배출 넷제로에 도달하기 어렵다. 전기차 보급 확대, 대중교통 확충, 시내 주차장 감축 등의 땜질 처방에 의한 자동차 사용 감축은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도시인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시도 중 하나가 바로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15분 거리에 거의 모든 생활 편의시설을 배치하는 새로운 도시계획이다. 새로 토목공사를 시작하는 신도시 건축에 이런 개념을 쉽게 도입할 수 있지만 오래되고 밀집된 인구와 건물로 가득찬 기존 대도시에서도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지난주 소개한 바와 같이 이미 50여개의 15분-도시(공동체)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반발이 제법 거셌고 특히 자동차 사용자, 및 자동차 업계의 엄청난 압박과 로비가 있었지만 앤 히달고 파리 시장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겨냈다. 그들은 차기 시장선거에서 낙선할 것이라고 시장의 15분-도시 건설 계획을 협박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요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동차 대신 공원 등 녹지 공간과 소규모 작은 공동체를 통해 삶의 새로운 형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시장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도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도 추진되고 있고 캐나다의 대도시로는 오타와 등이 시도를 하고 있다. 오타와는 최근 발표한 15년 도시 성장계획에서 도시확장 대신 밀집화를 통한 15분 도시 건설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토처럼 외곽지역의 농토와 그린벨트 등을 없애고 주택단지를 계속 넓혀 나갈 경우 교통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도로 확장 및 신설 요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현상을 이미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구 1백만명인 오타와는 향후 25년 동안 40만명이 더 늘어나게 되고 20만채의 주택이 더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시는 이에 대한 장기 대책으로 도시의 경계를 농촌으로 넓혀 나가는 대신 밀집 주택 및 생활권역 재조정 등을 통해 15분도시의 예를 따르기로 선택한 것이다.
인구와 빌딩이 밀집될 경우 자연스런 집값 상승, 상가와 사무실 임대료 상승이 이어질 것이 당연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파리는 더 많은 공공 주택, 공공 상가를 지어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15분-도시를 건설하려는 정책입안자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토론토 외곽인 리치몬드힐, 오로라, 미시사가, 브램튼, 윗비, 오샤와 등에는 끝도 없을 만큼 대형 주택들이 건설되고 있다. 심지어 그 외곽도시의 외곽지역(Region)까지 주택건축은 이어지고 있으며 온주의 덕 포드 총리는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주택을 건설하려 했었다. 이들이 만드는 신규 주택단지에는 작은 플라자 등이 계획돼 있으나 여전히 자동차 중심의 생활권으로 도시마다 한두개 있는 대형 쇼핑몰로 자동차를 탄 사람들을 깔때기처럼 빨아들이도록 설계돼 있고 장거리 이동을 부추키는 베드타운 역할만 할 가능성이 높다.
15분-도시 개념을 체계화 해 전 세계 도시변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칼로스 모레노 교수는 “현대 도시는 남성이 자동차를 타고 도시로 가서 일하기 위한 도시였고 그들의 아내와 가족은 교외에 머무르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자동차 도로가 도시 설계의 뼈대였고 금융지구, 공장지대, 문화지역, 교외 지역 등으로 큰 묶음으로 나눠져 있다. 이러한 큰 분류를 15분 거리로 다시 분산시키는 것이 새로운 변혁의 목표가 된다”고 분석했다. 그의 사상과 실제 여러 도시에서의 적용 과정을 담은 책 ‘The 15-minute City”가 5월 초에 발간될 예정이다.
Charlottesville, Virginia | UrbanizeH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