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기후위기
강수돌 교수 – HNET 강연( 1)
토론토 생태희망연대(HNET)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한국의 유명 강사를 줌으로 초청해 심화과정을 하고 있다. 4차례의 강연 중 첫 2회는 고려대학교 강수돌 명예교수의 강의로 진행됐다. 그 내용을 간단히 두차례에 걸쳐 요약해 본다. 강의 내용의 풍부함을 다 담지 못하지만 주요 내용을 정리해 독자들과 나누며 연대를 희망해 본다. 아래는 윤문을 거친 요약이다.
기후위기의 뿌리는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경제의 구조다. 이 구조는 거의 모든 기업과 정치가 만들어 가는 틀이고 우리 삶의 방식 속에 깊이 내면화 돼 일상을 통해 재생산되는 관계의 구조다. 즉 구조와 행위의 문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구조는 자기 파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기후위기는 심화된다. 더 혹독한 더위와 추위, 가뭄과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한다. 이런 재난으로 인해 미래 예측이 불확실 해지고, 통제가 불가능 해지며, 생존마저 불안정하게 돼 제6의 대멸절로 이끌게 된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많이 발행해 생기는 문제이니 이를 적게 발생시키거나 발생한 탄소를 흡수하면 된다는 공학적이고 수학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라는 문제의 근본을 인정하기 싫거나 두려워해서 하는 땜질 처방일 뿐이다. 문제는 피해갈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직시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자. 자본주의는 자원의 대량 채굴, 이를 통한 상품의 대량 생산, 대량 유통, 그리고 대량 소비와 대량 폐기로 흘러가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사유화, 노예화, 식민화, 도시화, 산업화, 세계화, 상품화, 기계화, 금융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도.산.세.상.(도시화~상품화)이 된다. 온실가스는 바로 이 흐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88%), 메탄(5%)이 주를 이루고 그 외에 양은 적지만 훨씬 온실효과가 큰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다. 이 가스들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가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빠르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소비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소득 수준을 연대별로 보면 지금부터 1백년 전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19세기 까지는 세계인의 소득 수준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가 20세기 들어 급격히 상승한다. 그 시기가 자본주의의 발전과 겹친다. 자원소비량 그래프도 함께 겹치고 있다. 자원 소비는 기술 발전 가속화, 세계화, 경제의 초국적화가 이뤄지면서 더욱 가속화 되어 파멸적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이산화탄소 증가 그래프와 같은 패턴이다. 소득수준 향상은 지구로부터 자원을 약탈해서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자기파괴적인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이다. 그러니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것이 입증된다.
‘지구위험한계선’이라는 개념이 있다. 현대 사회의 여러 부분을 나눠서 얼마나 위기에 도달했는지를 알아보는 개념인데 2009년엔 3가지 영역, 2023년엔 6가지 영역에서 한계선을 초과했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라는 책이나 이를 영화로 만든 다큐멘터리(넷플릭스)를 추천한다.
자본주의는 세칭 ‘돈 놓고 돈 먹기’의 사회다. 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돈의 양이 문제지 돈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치는 가려진다. 물리적인 차원에서 물과 공기가 오염돼 살 수 없지만 교환가치만 놓고 보면 더 많은 가치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질 보다는 양만 강조된다. 이 논리에서는 노동력을 상품화해 잉여가치를 더 늘리려 한다. 더 많은 노동력을 동원하여 더 많은 잉여가치(이윤)를 창조한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경쟁력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기술혁신으로 달성한다. 기술혁신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하게 되면 그 상품 속에 들어가는 인간의 노동력이 줄어든다. 생산성 향상은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는 방향이기 때문에 자본에게 이익이 된다. 따라서 개인의 행복은 줄어들고 자본주의 자체의 전망도 밝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다른 형태의 삶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면이 자유로워지고 자연에 다가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파괴성을 인식한 개인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연대할 때 새로운 대안사회가 열릴 수 있다. 인생은 속도나 높이가 아니라 과정과 느낌이다.
(강수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