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이 사람 중심 도시로 탄소감축

파리의 ‘걸어서 15분 도시’ 계획 확대

 일하고(공부하고) 휴식을 즐기고 가족을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삶을 15분 거리 안에서 해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자동차가 아닌 걸어서. 자동차를 위한 도시에 익숙해진 현대의 도시인들은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집 현관에서 두세걸음 걸어 안락한 자동차에 올라타고 5분 거리의 쇼핑 플라자의 넓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역시 1분 안에 식료품 구매나 약국, 은행, 병원 등으로 들어갈 수 있는 편리한 생활에서 갑자기 15분을 걸어야 그 일을 할 수 있다니 반발감이 먼저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또는 15분쯤 자동차로 달려 초대형 쇼핑몰에 가서 자동차 트렁크를 가득 채울 만큼 장을 보면 1,2주 동안 생활할 필수품들을 준비할 수도 있고 맛있는 식당도 골라 다닐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걷거나 자전거로 다니며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런 이상이 현실화 되고 있다. 프랑스의 파리를 살펴보자. 10년 전만 해도 파리는 수많은 자동차 도로는 언제나 주차장처럼 돼 있었다. 교통체증이 일상이었다. 파리의 유명한 센 강변 고속도로는 매일 4만대가 넘는 차량이 이용하는 도심의 대동맥이었다. 문제는 넘쳐나는 자동차 진입으로 대동맥이 꽉 막혀 동맥경화를 일으켰고 자동차들이 내 뿜는 매연은 해마다 사망자 수천명을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파리는 대 수술이 필요했다. 2014년 파리 시장에 오른 여시장 앤 히달고(Anne Hidalgo)은 과감한 계획을 추진했다. 도로위의 자동차를 줄이고 주차장을 줄이는 것에서 출발해 공동체에 친화적인 주택을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도시 리모델링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현실로 옮겼다. 그 이론적 토대는 파리 소르본 비즈니스 스쿨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만든 ‘15분-도시’ 라는 혁신적 도시계획이었다. 필요한 모든 것을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15분 거리 안에 배치하는 도시계획이 가능한 지역 권역에 먼저 실시됐다. 그리고 도시에 6만여개의 주차 공간을 없앴다. 이렇게 확보된 공간을 녹지로 바꾸고 놀이터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일요일엔 센 강변의 도로를 자동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다. 도심 고속도로를 개조해 COVID 19로 락다운에 됐을 때는 50k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1천km가 넘는 자전거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배기가스를 줄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끗한 공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2024년까지 모든 도로에 자전거 전용 레인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또 ‘15분 도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공공 건물을 다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학교 건물과 운동장은 주말이면 여러 다른 시민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지역 거주민들이 사는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겨나면 굳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시설을 이용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출퇴근이 자전거로 바뀌면서 이동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길로 하는 출퇴근 길이 즐거워 재택 근무로 편성된 사람들조차 회사에 출근하기도 했다. 승용차 등 1인 사용 차량으로부터 도로 공간을 되찾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후 주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지역 일자리, 소매점, 건강 및 문화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도시를 리모델링하는 도시 전체의 의제로 성장했다. 도로위의 자동차를 줄이고 주차장을 줄이는 것에서 출발해 공동체에 친화적인 주택을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도시 리모델링을 통해 근접성, 생활권, 계절적 리듬의 관점에서 도시를 재구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파리에는 모두 50여개의 ‘15분-도시’가 자리잡았다.

 모레노 교수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달고 시장에게 15분-도시 라는 개념은 새로운 도시교통계획이 아니라 도시인의 삶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계획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모레노 교수는 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추진되는 새로운 도시변혁에 관해 자신의 책 ‘15분 도시’의 개념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 평가했다. 현대 도시는 남성이 자동차를 타고 도시로 가서 일하기 위한 도시였고 그들의 아내와 가족은 교외에 머무르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자동차 도로가 도시 설계의 뼈대였고 금융지구, 공장지대, 문화지역, 교외 지역 등으로 큰 묶음으로 나눠져 있다. 이러한 큰 분류를 15분 거리로 다시 분산시키는 것이 새로운 변혁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