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CO2 농도 1,400만년 만에 처음

되돌리는데 수십만년 걸릴 수도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대규모의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오늘날 인간이 주도하는 수준과 거의 비슷하게 일치한 마지막 시기는 무려 1,400만 년 전이었다.

1만년만 넘어가면 숫자 감각이 무뎌지지만 그래도 1,400만년이란 숫자는 아득히도 멀다. 100년도 살기 힘든 우리와 달리 46억년을 살아온 지구의 나이 동안 켜켜이 만들어진 지질학에서의 숫자 감각은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컬럼비아 기후 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 관측소천문대 교수인 바벨 호니쉬 박사는 수석 저자로 사이언스 저널에 게재한 이 논문에서 6,6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 동안 생물학적 및 지구화학적 자료를 분석하여 이산화탄소(CO2) 농도 기록을 그 어느 때보다 정밀하게 재구성했다.

현재 지구 대기중의 CO2 농도는 420 PPM. 1백만개의 공기 중 420개가 CO2다. 이 농도는 과거 1,400~1,600만년 이후로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그 때는 그린란드에 얼음 대신 단어 뜻 그대로 초록 풀이 덮여 있었고 인류의 먼 조상이 아프리카 숲에서 초원으로 막 나오던 시기였다. 지금까지의 분석으로는 420PPM 정도의 농도는 3~5백만년 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 됐었으나 이 기록을 3배나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1700년대 후반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약 280ppm이었는데, 지금은 140PPM을 올려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를 섭씨 1.2도 정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양은 현재 매년 6PPM 전후로 늘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2100년 무렵에는 800PPM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정도는 남극 대륙에도 얼음을 볼 수 없었던 3,000만~4,000만 년 전에 마지막으로 관측된 수치로, 당시에는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이 새로운 연구는 16개국 80명의 연구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7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며, 이제 과학계의 최신 합의로 간주되고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업데이트된 과학적 결과들을 기반으로 기존에 발표된 연구를 종합, 재평가 및 검증하고 신뢰도에 따라 분류한 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데이터를 새로운 타임라인에 결합했다. 보통 남극, 그린란드의 빙상이나 빙하를 시추하여 얼음 속 기포가 과거의 대기 구성을 담고 있어 이를 분석해 고기후를 추정해 왔지만 이런 방식은 일반적으로 수십만 년 전까지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 이전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고기후 학자들은 탄화 된 고대 잎, 광물 및 플랑크톤의 화학 성분을 연구하여 특정 시점의 대기 중 탄소를 간접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지표물’을 사용하여 과거를 더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6,600만 년 동안 가장 더웠던 시기는 5천만 년 전으로, 이산화탄소가 1,600ppm까지 치솟고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12℃나 더 높았다가 이후 천천히 하락해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250만 년 전에는 이산화탄소가 270~280ppm으로 내려오며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빙하 코어로 측정된 80만년 전부터 산업혁명 전까지의 CO2 농도는 200~300PPM 사이를 오르내렸고 그 100PPM 차이로 지구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일으켜 왔다. 그런데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불과 100년 만에 150PPM을 높여버린 것이다.

연구팀은 CO2가 두 배로 증가하면 지구 온도가 섭씨 5~8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변화하는 속도는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탄소 기록에 따르면 5,600만 년 전 지구는 이와 비슷한 급격한 이산화탄소 방출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이를 그 이전으로 돌리는 데 약 15만 년이 걸렸다. 과거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는 급격한 화산활동, 거대 운석의 충돌, 대륙을 뒤덮을 정도의 마그마의 분출 등으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외 지구의 공전 궤도 변화, 기울기 변화 태양활동 변화 등으로 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의 증감으로CO2 농도 변화와 맞물리며 온도 변화 등을 이끌어 내 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팀은 또 정책 결정자들이 조속히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펼쳐 이런 위기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필립 (토론태 생태희망연대)